틱낫한 스님의 무아(無我) "You are without 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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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You are without self.”
(당신은 자아 없이 존재합니다)
이 짧은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마음속에서 ‘아하!’ 하고 무언가가 터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교의 핵심 개념인 ‘공(空)’, 그 중에서도 ‘무아(無我)’가 이렇게 멋지게 표현될 수 있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서양 사람이라면 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들도 이 말의 진짜 의미를 곧장 이해할 수 있을까요?
🧠 “당신은 자아 없이 존재한다”는 말,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우선 이 문장은 문법적으로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존재한다(You are). 그러나 고정된 자아(self)는 없다(without self).
즉,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로서의 ‘자아’를 부정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서양인에게는 이 ‘self’라는 개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철학에서, 심리학에서, 종교에서조차 ‘자아’는 정체성과 주체성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You are without self.”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서양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나는 없다는 건가?”
-
“그럼 지금 이 생각을 하는 나는 누구지?”
-
“자아 없이 존재하라니, 나를 잃으라는 건가?”
이처럼 서양의 자아 중심 문화에서는 이 말이 존재 부정이나 자기 상실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틱낫한 스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 불교적 해석: 실체는 없지만, 관계 속에 존재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연기(緣起), 즉 상호 의존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나는 부모, 사회, 자연, 타인, 시간 속에서 생겨난 존재이며
그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아(無我)’는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변화하는 몸, 변하는 감정, 변하는 생각… 그 모든 것이 나인 동시에
그 어느 것도 ‘영원한 나’는 아닙니다.
따라서 "You are without self."는
👉 “당신은 독립적이고 고정된 자아 없이도 존재합니다”라는 뜻이지,
👉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아는 더 넓은 자유와 연결성을 드러냅니다.
나라는 벽이 허물어질 때,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되지 않습니다.
모든 존재와 연결된 하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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