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중익기탕이 혈압을 올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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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의왕탕(醫王湯)’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보약의 대명사로 불려왔습니다. 기운이 떨어졌을 때 기력을 북돋아주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많은 분들이 애용하고 계시죠. 저 또한 피로할 때마다 자주 복용해왔고, 효과를 곧잘 봐왔습니다.
익숙한 약에서 시작된 뜻밖의 이상 반응
그런데 어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오후에 피로를 느껴 늘처럼 보중익기탕 과립 3g을 복용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다소 답답해지고, 몸에 기운이 위로 치솟는 듯한 상기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냥 지나가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손끝이 살짝 떨리는 느낌까지 더해졌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혈압을 재어보니 188/120이라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놀라서 혈압계를 의심하며 여러 번 다시 측정해봤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급히 우황청심원과 혈압약을 복용했고, 다행히 한 시간 정도 지나면서 서서히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측정해보니 137/90으로 내려가 있어 겨우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약효가 강할수록,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생각해보니 그날 아침부터 속이 불편하고 혈압도 140 정도로 다소 높았는데, 그 상태에서 보중익기탕처럼 기를 크게 끌어올리는 약을 복용한 것이 과한 자극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20여 년 전에도 어떤 어르신이 보중익기탕을 복용한 후 혈압이 올랐다면서 "이건 문제가 많은 처방"이라고 저에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제가 이 약을 자주 쓰고 있었기에 그 말을 깊이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분의 말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음을 느낍니다.
요즘 내 몸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
최근에는 공진단 복용 후에도 혈압이 180까지 오른 적이 있었고, 요즘은 조금만 보익(補益)하는 약을 써도 혈압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신수(腎水)의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겠지요.
나이가 들면 예전과 같은 처방이 동일한 결과를 주지 않기도 합니다. 체질과 몸 상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약을 쓰는 기준 역시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합니다.
음양의 균형, 건강의 핵심
한의서 의학입문에서는 인체를 ‘물(음)’과 ‘불(양)’로 나누고, 나이가 들수록 물이 먼저 말라 불이 홀로 타오르기 쉬우니, 이를 막기 위해 물을 채우고 음양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이 ‘물(음)’이란 체내 수분, 체액, 영양분 등을 말하는데, 그 중심을 ‘신장(腎)’이라 본 것은 단순한 해부학적 의미 이상의, 즉 호르몬 대사의 중심으로서 ‘부신’(adrenal gland)의 기능을 포함한 개념이라 여겨집니다. 부신은 뇌하수체나 시상하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국 이 전체적인 내분비 시스템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 곧 노화의 한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내 몸에 귀 기울이는 습관
앞으로는 피로하다고 무조건 보약을 찾기보다는, 나의 현재 상태와 체질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보중익기탕처럼 효능이 뛰어난 약일수록, 그 힘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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